번역 용어 선택은 어떻게?

Transformers
transformer vs. tranlate? @ http://bit.ly/19jfxBP

overload와 중복 정의란 글에서는 overload란 용어를 ‘다중 정의’로 옮기는 이유에 대해 간략히 적었습니다. 그 글에 댓글로 의견을 주신 분이 계셔서 적다 보니 글이 길어져 간략하게나마 새 글로 적는 게 좋을 것 같아 이렇게 적습니다.

저는 번역 경험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번역하시는 분 모두 고민하는 부분이 용어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즉 우리말로 옮길 때는 모든 용어를 우리말화 하는 게 기본이긴 한데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이냐가 항상 문제죠. 특히 기술이란 게 대부분 외국에서 들어오다 보니 원서를 보게 될 수도 있는데 이때 가장 문제가 우리말만 보다보면 원래 용어가 무엇인지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번역할 때는 우리말을 쓰되 그 용어가 처음 나올 때 괄호 안에 원래 용어를 함께 적는 게 기본인 걸로 압니다. 계속 되풀이 하기엔 적는 것도 힘들지만 지면 낭비이기도 하고요.

그 글에서 얘기한 overload, overloading 같은 말도 옮기는 분에 따라 오버로드, 오버로딩으로 음역하시는 분도 있고, 본문에 있듯 류광님께서는 중복 적재라고 하기도 하며 흔히 중복 정의로 옮기기도 합니다. 물론 다중 정의라는 말도 제가 선택하기 이전에 이미 쓰고 있는 용어입니다. 중요한 것은 가능한 원래 의미를 살리면서 적절하게 옮기는 게 관건이지만 때로는 옮기기 어려운 것도 있습니다. 저도 HTP C++ 옮기면서 initiative, computing 같은 용어는 상황에 맞게 우리말로 바꾸기도 하고 이니셔티브, 컴퓨팅으로 음역한 부분도 있습니다. 용어란 게 의미적으로 우리말로 표현하면 한 단어로 딱 떨어지기 보다 길게 설명하는 식이 될 때도 있는데 이럴 때는 대체로 음역을 할 수 밖에 없더군요. 물론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그리 깊지 않은 것도 이유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적당한 용어가 없을 때는 음역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일단 누가 봐도 어떤 용어를 얘기하는 건지 알 수 있고 원서 볼 때도 별 문제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가장 마지막 선택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번역을 한다는 건 외국어를 모르는 분들이 봐도 어떤 의미인지 우리말로 가능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일이니까요. 기술 용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overload란 용어에 대해 조금 더 얘기하고 마치려 합니다. 이 용어는 현재도 오버로드라는 용어를 가장 많이 쓰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중 정의란 말도 그에 못지 않게 많이 쓰고 있고요. 번역할 때는 이미 많이 쓰고 있는 용어로 옮기는 게 이해하기 쉽기 때문에 첫 번째로 고려할 부분이긴 하지만 적절한 우리말로 바꾸는 것 역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므로 널리 쓰는 우리말이 있다면 굳이 음역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널리 쓰는 말이 사실 적절하지 못한 경우도 있으므로 그럴 때는 다른 대체 용어를 찾아야겠죠. 이 때는 적절한 용어 중 그 다음으로 널리 쓰는 것을 선택하거나 그마저도 없다면 새 용어를 만드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댓글에 있듯 C++ Primer 4판 때에는 오버로드라고 옮겼으나 위와 같은 이유로 현재는 다중 정의란 말로 옮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용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해하기 쉽게 문장을 옮기는 것인데 가장 어렵습니다. 영어에 대한 깊이도 우리말에 대한 깊이도 모자라니 진퇴양난이네요. 혹시 책을 보다 이상한 문장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확인 후 오역이면 정오표에 추가하겠습니다.

Notes:
1. 물론 이 부분엔 여러가지 예외 상황이 많습니다. 너무 지나치게 우리말화 한 나머지 도통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가 나오는 예도 있고 그 과정에서 어려운 한자어를 많이 쓰게 되기도 하지만 그런 건 이 글에서 논외로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말은 소리 글자라 뜻을 담기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기술 용어를 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니까요.
2. 새 용어는 류광님께서 적절히 잘 만드시는 것 같아 부럽습니다. 그만큼 기술에 이해가 깊다는 뜻이겠죠.
물론 이 부분엔 여러가지 예외 상황이 많습니다. 너무 지나치게 우리말화 한 나머지 도통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가 나오는 예도 있고 그 과정에서 어려운 한자어를 많이 쓰게 되기도 하지만 그런 건 이 글에서 논외로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말은 소리 글자라 뜻을 담기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기술 용어를 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니까요.
새 용어는 류광님께서 적절히 잘 만드시는 것 같아 부럽습니다. 그만큼 기술에 이해가 깊다는 뜻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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